학생 때는 독서를 좋아하지 않았다. 책 수집이 취미이신 엄마 덕분에 집에는 늘 책이 많았지만,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간간히 훑어보는 정도였달까. 그래도 서점에 가는 건 좋아했다. 시원하고, 앉아서 쉴 수 있고, 구경할게 많아서 엄마가 늘 우리를 데리고 가주시던 곳. 책 읽는 건 습관이 되지 않았어도 시간 날 때 서점에 방문하는 건 습관이 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쨌든 책과 가까이 지낸 편이었기 때문에 독서습관을 가지기도 수월했던 것 같다. (여름 피서로 서점 추천합니다♥) 책 읽는 게 좋아지기 시작한 건 임신을 하고부터였다. 배는 불러오고, 갈 수 있는 곳은 없고, 무기력해지고 왠지 모를 자존감 하락을 경험하며 조금은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취미를 만들고 싶었다. 일단 책에 흥미를 붙이기 위해 좋..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요즘 날씨는 정말인지 미친것만 같다. 더워도 시원한 실내에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날씨만큼이나 미친듯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저번 주에는 2,000명을 넘어섰는데 다행히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모양이다.) 산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우리집 꼬마는 현관문에 꺼내둔 유모차만 봐도 신이 나서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그 귀여운 엉덩이를 보면서 어떻게 안나갈 수 있을까. 나 역시 바깥에 나가서 이것저것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더워도 무작정 짐을 챙겨 산책을 나선다. 호기롭게 외출을 나서지만 더운 날씨에 금방 기진맥진. 아이도 나도 땀범벅이 돼서 집으로 돌아온다. 어른인 나는 참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른들보다 기초체온이 높고 온도 변화에 약한 아이를 위해 조금이라도 시..
난 꽤나 활동적인 편이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집이란 휴식을 취하는 공간, 딱 그정도의 장소였다. 임신사실을 확인하고 본격적 육아전선에 뛰어들기 전, 하고 싶은 것도 가보고 싶은 곳도 많았다. 하지만 모든 계획은 인어공주 이야기처럼 물거품이 됐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이유 때문이다. 맞다. 망할 코로나.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대중교통도 택시도 심지어 동네 카페조차 안전하지 않았다. 울며 겨자먹기로 자체 자가격리에 돌입했다. 휴식공간이던 집은 어느새 창살없는 감옥이 되어버렸다. 남편은 하필 새로운 일을 배우느라 한창 바쁠 때였다. 언택트 시대에 유일한 말상대였던 남편의 잦은 야근은 호르몬으로 극을 치닫는 예민함에 기름을 부었다. 임신했을 때 서운했던 마음은 평생 간다는데, 우리 남편은 평생 고생할 ..
텅빈 하얀 화면을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를 부담감이 썰물처럼 밀려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냥 지나쳤을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차곡차곡 글로 남기다보면, 평범했던 내 일상이 조금씩 특별해지고 정보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는 유익한 시간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SLODIP, 내가 정한 블로그의 이름처럼.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