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글로 남기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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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김성민, 다반, 2020



어떤 역할도 없는 작은 이야기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름의 역할이 있었던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나는 이제 안다.

📖 책 표지에 적힌 글




저자의 책날개에서 읽은 글이다.
‘이 글을 적는다고 누가 볼까’
‘이 글을 적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
무엇을 얻고자 쓰는 것이 아님에도 멈칫하게 했던 작은 질문들.
저자의 책날개 문구를 보는 순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나와 쓴 이후의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된다.
사유하고 정리하며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리라 믿는다.
표지부터 설레게 하더니 저자 소개마저 지극히 내 취향이다.
나는 이럴 때 서둘러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본다.
어서 좋은 글들을 수집하고 싶은 욕심이 발동한다.
찾아보니 아쉽지만 이 책이 유일한 듯 싶다.
이 책을 일단 오롯이 흡수하는 데 집중해야겠다.  


나는 여전히 이 질문 앞에서 머뭇거린다.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고 막연하지만 얻은 것이 잃은 것을 채워 주리라 생각했다. 어리석었다. 동그라미 구멍에 네모가 맞지 않듯이 애초에 모양이 다른 것이었다.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것으로만 채울 수 있었다.
- 가지 못한 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 29페이지 중에서




이 문장을 읽으며 나의 우울함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며 내가 잃은 것은 자유였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세상은 결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무엇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육아를 하며 나는 깨닫고 깨닫는 중이었다.

누군가는 위로라며 이런 말을 한다.
“힘들어도 아이랑 함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하냐, 그럼 된 거지”
이제야 왜 저 말에 그토록 화가 났는지 알 것 같다.
아이를 얻은 행복과 내가 잃은 자유는 결코 모양이 같지 않다.
저자의 말대로 자유가 빠진 구멍에 아이를 키우는 행복이 대신 들어가지 못하니 그 구멍이 계속 비어있어 마음이 허전했던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 키우는 행복은 그 행복대로 누리고,
구멍 난 마음은 온전히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는 것.
이제야 우울을 벗어날 길을 찾은 것 같다.


저자는 수신인인 불분명한 편지를 망망대해에 띄우는 사람처럼 누군가에게 어떻게 읽힐지 모른 채 쓴다. 한 권의 책은 저자가 전혀 의도하지 않고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닿으며 독자를 통과한다.
- 나는 한 마리의 짐승이 된 것 같아요 [다시, 십 년 후의 나에게] (나희덕)

📖 33페이지 중에서




책을 읽으며 생각한다.
수십 년 전에 쓰인 한 권의 책이 지금을 사는 누군가에게 어떻게 인생의 책이 될 수 있을까.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는 말이 무색할 만큼 5년도 예상하기 힘든 시대인데,
책 속에 담긴 내용은 어째서 오랜 세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일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고전이 사랑받는 이유를, 나는 찾을 수가 없다.


연출가이자 작가인 론 마라스코와 브라이언 셔프가 쓴 『슬픔의 위안』(현암사, 2019)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한 사람의 삶을 가장 구체적이고 가장 분명하게, 가장 감동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은 소지품이다. 물건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는 우리의 중요한 일부다. 나는 물건을 갖고 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55쪽)
- 할머니의 재봉틀 『 슬픔의 위안』 (론 마라스코, 브라이언 셔프)

📖 48페이지 중에서




이 문장을 읽으며 내 주변 소지품들을 둘러봤다.
참, 욕심 사납게도 모았구나.
필요해서 구매한 물건도 있지만, 아닌 물건도 많았다.
디자인이 달라서, 용도가 조금 달라서, 그냥 예뻐서.
욕심껏 사모은 노트가 책장 한가득 꽂혀있는 것을 알아채고는 당황스러웠다.
대체 언제 이렇게 사모았단 말인가.
분명 내가 결제한 물건들인데 내 것 같지 않은 느낌.
사모으기만 할 뿐 바쁜 일상에서 내 물건을 소중히 바라본 적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하루아침에 죽게 된다면 남겨진 물건을 보고 가족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내 물건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진다.
소중한 하나의 물건에 오래도록 내 추억을 담고 싶다,
치우는 것이 번잡하지 않도록 꼭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싶다,
이러한 결심 덕분에 소비가 줄어드니 오히려 지갑은 두둑해져 한결 기분도 좋아진다.




아동문학가 케이트 디카밀로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되,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동화작가의 일’이라고.
- 감당할 수 있는 진실 『몽실 언니』 (권정생)

📖 139페이지 중에서




아이들은 동화책을 읽으며 다양한 감정을 배운다.
엄마와 잠시 헤어져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윤여림, 2017)
소중한 인형을 필요로 하는 다른 친구에게 줄 수도 있다는 것 (『여우가 내 인형을 훔쳤어』스테퍼니 그레긴, 2019)
하찮은 강아지똥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는 것 (『강아지똥』권정생, 2014)
내가 부지런히 동화책을 구매하고 내용을 살피는 이유다.
내 아이가 언젠가 만나게 될 상황, 언젠가 겪게 될 감정들이 조금은 수월하기를 바라는 마음.
언젠가는 내 아이가 나처럼 책으로 위로받길 바라는 욕심까지 담아서.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문학을 ‘상실의 문학’이라고 명명한다면, 나는 문학을 읽으며 나와 그들의 상실을 애도하고 기억한다. 나의 읽기와 쓰기는 애도에서 비롯되며 잃어버린 대상을 향한 끊임없는 그리움의 표현이자 사랑이다. 데리다의 말처럼 ‘위로할 길이 없어 슬픔에 마침표를 찍으려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애도의 윤리’일 것이다.
- 슬픔에는 마침표가 없다 『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 188페이지 중에서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 슬픔에 마침표를 찍으려 하지 않는 것‘
이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나의 행동을 돌아본다.

아무리 사랑하는 아들이라 해도
결코 해줄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것은 대신 아파주는 것.
결국 슬픔도 아픔도 스스로 이겨내야 하기에,
위로의 말이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최대한 단어를 고르고 골라본다.


사진에 대한 중독이 치명적이었을까. 그는 사진을 얻는 대신 건강을 잃었다. 운동신경이 퇴행하는 루게릭병이었다. 나중에 그는 셔터 누르기도 힘겨울 만큼 움직일 수 없었으나 욕심을 부릴 수 없게 되니 비로소 평화롭다고 말했다.
- 일상을 발명하기, 김영갑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86페이지 중에서




‘욕심을 부릴 수 없게 되니 비로소 평화롭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넘치는 욕심을 주체할 수 없는데,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욕심을 부릴 수 없는 환경인 것일까,
평화로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일까,
아니면 애초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일까.

일단 그토록 중독되었던 그의 사진이 궁금해 지도에서 갤러리 위치부터 확인해보았다.
방문한다면 다시 같은 질문을 떠올릴테지.
혹시 나와 같이 갤러리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위치를 공유한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

김영갑갤러리두모악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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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사랑과 환대를 받아 본 사람이 남에게 사랑과 환대를 베푸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듯이 사랑과 환대는 소중한 물건처럼 누군가에게서 물려받고 물려주는 보물이 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 되니까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

📖 179페이지 중에서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김성민, 다반, 2020




이외에도 기록해 둔 구절이 참 많다.
책을 소개하는 책을 읽으면 소개해준 책을 읽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소개된 책보다 저자의 서평에 더 눈길이 갔다.
앞으로 서평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좋은 힌트를 얻었다.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이 책은 나에게 꽤 아름답고 쓸모있는 독서였다.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남겨두는 일이 이토록 쓸모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경탄하며 나 또한 부지런히 내 생각을 남길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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