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자전적 에세이, 나의 글을 써보고 싶은 당신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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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표지가 예쁜 책, 목차구성이 좋은 책, 펼치는 느낌이 좋은 책.
그저 평대에 올라와있다는 이유로,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책을 고르기도 하고,
여전히 내공이 부족한 나는 주변에서 좋다고 추천하는 책에 기대어 조금이나마 효율적으로 독서를 하겠다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책 또한 누군가의 추천으로 읽은 책인데, 서문을 읽다 말고 잠시 멈칫했다.  
불현듯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선 서문을 읽어봅니다. 의외로 서문을 읽는 사람이 드문데 저는 짧은 서문에 저자의 모든 생각이 농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 전체를 잘 썼는데 서문이 별로인 책은 없습니다. 훌륭한 책은 반드시 서문이 좋습니다. 그래서 서문을 꼼꼼히 읽는 게 중요합니다. 짧으면 한 페이지, 길면 대여섯 페이지 정도 되는데요. 서문을 읽으면 지은이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썼고 이 사람의 공력은 어느 정도인지 다 알 수 있습니다. 소설도 그렇고 인문교양서도 그렇습니다.

📖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위즈덤하우스, 75페이지


서문이 너무 좋아서,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음에도, 이 책이 소중해졌다.
앞으로 내가 글을 쓰면서 틈나는대로 펼쳐보게 될 책이 분명했다.
당신에게도 그러한 책이 될지 몰라 이 책을 넌지시 소개해보려 한다🌿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낸시 슬로님 애러니, 돌베개, 2023년




저자는 무려 45년간 글쓰기 워크숍을 운영해 온 사람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자전적 글쓰기를 지지해 왔고, 저자 역시 글쓰기를 통해 아들을 잃은 슬픔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대체 무엇이 자녀를 잃을 슬픔을 달래줄 수 있단 말인가. 대체 글쓰기가 어떻게 그 슬픔을 덜어줄 수 있단 말인가. 난 이 책을 읽기 전에 도저히 그 부분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글쓰기에 어떤 힘이 있는지를 안다. 자신의 관점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지 안다. 나는 누군가가 들어주는 것, 그것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치료제라는 것을 안다.

📖 14페이지 중에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디에서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새로운 통찰을 얻어서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 95페이지 중에서


저자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누군가가 나의 슬픔을 들어주는 것, 판단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치료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묵묵히 들어주지 않을까봐 걱정될 수 있다. 나의 이야기가 아무런 힘이 없다고, 그저 한낱 불평 불만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럴 때는 저자의 아래 글을 읽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발꿈치를 들고 꽃을 피해 다니지 마라.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라. 있었던 일을 그대로 이야기하라. 당신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독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하는 마음일 수 있다. 독자를 믿으라. 당신이 감정적으로 솔직하다면 독자는 당신을 따라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 있다. 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걱정하는가? 특정되지도 않은 그들이 그렇게 중요한가?

📖 40페이지 중에서


다만 이야기를 적을 때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내가 그 힘든 상황을, 저자의 말을 빌려 ‘구덩이’를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들려주어야 한다. ‘구덩이’에 빠진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된다.

자전적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단순히 일기장의 내용을 베껴 쓰는 행위가 아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당신이 겪은 어려움을 들려주고, 그 과정에서 당신이 거둔 작은 승리들과 당신이 어떻게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는지, 그리고 간신히 빠져나온 그 구덩이에 어떻게 도로 빠지게 되었는지를 들려주고, 독자와 함께 그 구덩이에서 다시 한번 빠져나와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독자에게 당신이 어떻게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당신이 거쳐온 길을 일일이 복기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빠져나오는 것이 가능했다. 그게 전부다. 그것이 핵심이다.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내게 보여달라.

📖 347페이지 중에서


이 단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빠져나오는 것이 가능했다. 그게 전부다. 그것이 핵심이다‘  라는 것.

누군가 당신과 같은 구덩이에 빠진 사람에게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자전적 에세이의 참된 의의라는 것.
다른 누군가도 나처럼 ‘구덩이’에 빠졌구나, 그리고 그곳을 빠져나왔구나, 나도 할 수 있겠구나, 라고 희망을 주며 안도하게 하는 것.

저자의 책을 읽으며 나의 글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시야가 선명해진 기분이다.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할지 명확해졌다면, 이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해 볼 차례이다. 저자는 ’보여주듯이‘ 구체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좋다고 추천한다.

목록을 나열하는 문장을 쓰라. 등등이라고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구체적인 항목을 하나 더 적어넣자.

📖 218페이지 중에서

 

독자가 책을 읽을 때 당신은 그 자리에 함께 있지 않다.

독자는 자신이 읽고 있는 장면에서 어떤 냄새가 났는지 알 수 없다. 당신이 정확한 단어로 묘사해줘야만 알 수 있다. 이불색이 파란색이라고 묘사해야 비로소 독자는 그 색을 볼 수 있다.

📖 91페이지 중에서

 

주중에는 저녁 5시 45분이 되면 동생과 나는 거실 소파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서 엄마 차의 전조등 불빛이 창문을 비추기를 기다렸다. 불빛이 창문에 닿자마자 우리는 각각 열살, 여섯 살 된 다리가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우리는 방문을 있는 힘껏 닫고 옷장 속에 숨었다. 엄마의 발소리만 듣고서도 우리는 곧 고함소리가 들이닥칠 것인지, 아니면 노랫소리가 날아들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 304페이지 중에서


저자는 ‘보여주듯’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긴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저 위의 예시를 통해 내가 차이를 느끼도록 도와주었다. 이 얼마나 친절하고 상냥한 방법인가.
나는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단번에 ‘보여주듯’ 글을 쓰는 것의 중요성을 알아차렸다.

책을 읽는 독자를 나의 세상으로 초대할 때는 건네는 지도를 꼼꼼하게 살필 것.
‘내가 아는 것을 독자는 알지 못한다.‘ 는 사실을 항상 명심할 것.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고민하던 나에게 단비 같은 조언들이었다.

삶에 운명 따위는 없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내가 선택했고, 그 선택들이 내 삶이 되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집착을 내려놓고 내게 주어진 것들과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바로 삶이었다. 주어진 것들과 살아가기를 실천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 20페이지 중에서

 

모든 생각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 알아차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거나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 특별히 가야 할 곳이란 없다. 특별히 해야 할 일이란 없다. 그저 존재한다는 자연스러운 느낌이 전부다. 오직 알아차리는 데 집중하라. 어떤 생각의 줄기를 따라가지 마라. 그냥 이 순간 여기에 있으라.

📖 146페이지 중에서

 

나는 노no라고 거절하는 법도 연습하고 있지만, 동시에 제한된 분량의 예스yes를 현명하게 배분할 방법도 찾고 있다.

📖 149페이지 중에서

 

햇빛이 쨍쨍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날이 너무 많을 겁니다. 당신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엉망인 날이 얼마나 많기를 원하세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걱정거리들이 이미 충분히 많지 않나요? 그러니 오늘을 즐기세요.

📖 242페이지 중에서


글쓰기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데 있어서 위로가 되는 말들이 많이 적혀있었다.
특히 ‘노no를 말하는 것만큼이나 제한된 분량의 예스yes를 현명하게 배분할 것’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그저 주어진대로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
이 2가지는 내가 특히 오래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이었다.

공유하고 싶은 문장이 많아 고르고 골랐지만, 과유불급. 나머지는 나의 독서노트에만 남겨두기로 했다. 부디 그 내용이 궁금하다면 꼭 이 책, 스르륵 읽어보며 자전적 글쓰기의 매력에 푹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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